아토피 유전성보다 중요한 면역 훈련 방법
안녕하세요, 생기한의원 강남역점 박치영 한의사입니다. 과거에 아토피를 앓았거나 현재도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엄마아빠라면 우리 아이에게 아토피가 생기진 않을지 걱정이 많으실 겁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아토피 가족력, 유전성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한쪽 부모가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경우에도, 양쪽 모두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경우에도 자녀의 아토피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전 요인이 있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죠.
하지만 유전적 요인은 바꿀 수 없어도 아이의 면역 체계가 어떻게 발달하느냐는 부모님들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아토피와 관련해서는 초기 면역 발달 과정이 결정적인데, 이 부분은 부모님들이 직접 관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유전을 걱정하기보다는 아이의 면역력을 어떻게 건강하게 키울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면역계 발달과 환경적 요인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볼 텐데요. 위생가설에 따르면 지나치게 통제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아토피나 알레르기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이들보다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 질환 확률이 훨씬 낮다고 합니다. 덜 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오히려 아토피 발병을 예방한다는 것이죠. 치명적이지 않다면 어느 정도 여러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이 오히려 면역반응을 튼튼히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농촌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에 비해 아토피나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 확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병원체에 노출되는 것이 오히려 아토피와 알레르기 발생 확률을 떨어뜨리는 것이죠.
심지어 수두와 같은 일반적인 바이러스 감염이 아토피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생후 8~10년 이내 수두 감염을 한 번 경험하면 이후에 아토피 피부염 발생 확률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을 일부러 병에 걸리게 하라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면역 체계가 다양한 자극에 노출되면서 균형있게 발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결코 일부러 더럽게 해서 병에 걸리라는 개념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환경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여러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료 받은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562만 명을 분석한 결과, 항생제 복용 일수가 많을수록 아토피 피부염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연구에 의하면 항생제를 한 번도 먹지 않은 그룹에 비해 31~60일 항생제를 처방받은 그룹은 아토피 피부염 발생 위험이 2.74배, 61~90일 처방받은 그룹은 5.19배, 91이상 \처방받은 그룹은 무려 10.45배나 높아졌다고 합니다.
일본의 연구 결과도 비슷합니다. 생후 2년 안에 항생제를 복용한 유소아를 대상으로 생후 5년 시점에 비교해보니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발병 위험이 1.72~2.4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다종의 세균에 효과가 있는 3세대 세팔로스포린계같은 광범위 항생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아이의 모든 문제를 부모가 해결해주면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없는 것과 면역계도 유사합니다.
물론 심각한 증상은 즉시 치료해야 하지만 경미한 피부 증상은 면역체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약간의 발진이나 가려움이 있더라도 위험하지 않은 수준이라면 즉각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바르기보다는 체내 면역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익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스테로이드를 많이 사용했었으나 피부질환에 스테로이드제를 비롯한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쓰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요즘은 오남용이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노출되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면역 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과도한 항생제 사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바이러스성 감기에는 항생제가 효과가 없으므로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합니다.
두 번째로 다양한 자연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위험한 환경은 피하시고, 안전한 곳 - 공원, 해변, 숲과 같은 자연환경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세 번째로 경미한 피부 증상이 있을 때는 스테로이드를 바르기보다 자연적인 제품들을 이용한 가벼운 관리를 먼저 시작해보세요. 물론 증상이 심해지면 치료가 필요하지만 발생 초기에는 면역체계가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네 번째는 장내 미생물 균형 유지를 위해 다양한 채소와 과일, 발효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면역 체계의 건강한 발달에 매우 중요한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서적 스트레스 또한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이고 지지적인 가정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벼운 증상은 면역체계에 기회를 주는 것이 좋으나, 만약 발진이 넓은 부위에 빠르게 퍼지거나, 심한 가려움 혹은 통증이 있거나, 열이 동반되거나 수면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아토피 관리는 완벽한 통제가 아닌 균형잡힌 접근이 중요합니다.
단기적 증상 완화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면역 견강을 위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제거해야 할 질병으로만 보지 마시고, 아이의 면역 체계가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면역 체계도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유전적 요인보다 후천적 관리와 균형잡힌 접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