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고는 유명해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자운고 레시피가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집에서 자운고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자운고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합니다. 자운고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보험제제로 등록된 한방 외용제입니다. 일본의 의료제도를 조금 설명드리자면 일본은 의료일원화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한약을 처방하고 자운고를 처방하게 되는 것입니다.
통계를 보더라도 일본의 많은 의사들이 한약을 처방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의사가 있는 우리나라에서조차 보험제제로 등록되지 않은 자운고가 한의사가 없는 일본에서는 보험제제로 처방되고 있습니다.
자운고는 무려 400년 전에 개발되었습니다. 명대(明代) 피부과 치료의 대가라고 불리는 진실공(陳實功)이라는 분의 저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외과정종(外科正宗)입니다. 외과정종은 1617년도에 편찬되었는데 바로 이 책에 ‘윤기고(潤肌膏)’라는 처방이 등장합니다. 윤기고는 백독창(白禿瘡)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백독창은 현대 의학적으로 두피에 발생하는 곰팡이 감염 질환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일본의 하나오카 세이슈 (1760~1835)는 이 윤기고에 돼지기름을 더하여 ‘자운고’라고 명명하였습니다. 하나오카 세이슈는 일본에서 의성으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하나오카 세이슈는 전 세계의 의학사에도 무척 중요한 인물입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전신마취 수술에 성공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1846년 미국 하버드에서 윌리엄 모턴 존 위런이 성공한 서양 최초의 전신마취 수술보다도 무려 40년 이상 앞서는 기록입니다. 하나오카 세이슈는 한방과 양방의 지식을 모두 섭취하고 융합하여 이러한 큰 성과를 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자운고의 처방 구성은 호마유, 백납, 자근, 당귀, 돈지입니다. 호마유는 참기름, 돈지는 돼지기름입니다. 무척 심플한 처방 구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 다섯 가지 약재를 베이스로 하여 감초, 백선피, 백지, 황련, 황백 등 피부질환에 효과적인 약재들을 첨가하여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한의원마다 약물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호마유 특유의 향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자 올리브유나 다른 기름 종류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자운고가 존재하지만 자근, 당귀, 밀랍은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자근은 자초(紫草)라고 하며 자운고의 가장 중요한 약입니다. 자운고의 ‘자’ 자도 여기서 따온 겁니다. 자운고 특유의 붉은색도 자초 때문입니다. 자초는 천연염색제로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자초는 한의학적으로 양혈(涼血) , 해독(解毒) , 투진(透珍) , 청윤(淸潤)의 작용이 있습니다.
자근에는 시코닌(shikonin) 성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시코닌 성분은 항균 작용, 항염증 작용, 항종양 작용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시코닌의 항바이러스 작용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소부위 도포 시에는 모세혈관 투과성 항진 및 부종 억제 효과가 있고, 경구 투여 시에도 상처 치유 및 항염증 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동물 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또한 자초 추출물은 히스타민의 분비를 억제하여 비만세포가 유도한 염증성 알레르기 반응을 저해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자운고의 구성 약물 중 당귀는 예로부터 윤조(潤操), 보혈(補血),화혈(和血)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험적으로는 진통 및 항염증 작용, 인터페론 유발 활성 작용 등의 면역반응 증가 등의 효과가 있어서 상처의 치유와 소독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밀랍은 벌집에서 정제한 것입니다. 밀랍은 옛날부터 부패 방지를 위한 코팅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벌집은 밀랍뿐만 아니라 프로폴리스가 유명합니다. 프로폴리스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천연항생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밀랍의 항생 작용도 각광받고 있어서 상처 치료 및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운고의 호마유나 돼지기름은 과거 보습제가 없던 시절 피부 보습을 위해 가미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운고는 응용범위가 매우 넓어서 아토피, 습진, 건선, 지루성피부염, 사마귀, 두드러기, 알레르기성 피부염 등 수 많은 피부질환에 처방됩니다. 또한 화상과 동상, 욕창, 튼살, 치핵과 치루 등에도 사용됩니다. 피부과와 관련된 거의 모든 질환에 사용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자운고의 목표는 다양한 피부질환에서 피부의 건조를 억제하고, 피부의 재생을 촉진하며, 가려움증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암 환자 방사선 치료 이후에 발생하는 방사선 피부염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운고는 만병통치약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운고를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물과 이차감염이 심할 때는 자운고를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가 더 악화됩니다. 진물이 나는 피부에 자운고를 사용해서 진물이 더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듣습니다. 자운고는 피부 상태가 습윤되어 있고 짓물러져 있는 경우에는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되겠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운고 대신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될까요?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웻드레싱으로 피부장벽을 조금이나마 재생한 이후에 자운고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운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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