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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한의원 진료실/아토피

아토피 보습제 시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안녕하세요, 생기한의원 박치영 한의사입니다. 많은 아토피 환자분들께서 궁금해하시는 보습제 사용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있어 보습제는 정말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야 한다는 말씀도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그런데 어떤 시기에는 보습제를 바르면 더 따갑거나 가려운 경험을 해보신 적도 있으실 거예요.

 

 

 

 

 

사용시기에 따라 보습제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피부 상태에 따른 보습제 사용법의 원리를 피부 구조, 경피수분손실(TEWL), 그리고 각질분해효소의 작용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보습제가 어떤 원리로 피부에 작용하는지 이해하려면 피부의 기본 구조와 기능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피부는 크게 표피, 진피, 피하지방층으로 나뉘는데요. 표피의 가장 위쪽에 있는 층이 바로 각질층입니다.

 

 

 

 

 

평균 15~20층의 각질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각질층은 각질 세포들이 벽돌을 쌓은 것처럼 배열되어 있고, 그 사이를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의 지질 성분이 채우고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벽돌과 모르타르] 구조라고 하는데, 이 구조가 완전해야 우리 피부가 수분을 잘 간직할 수 있습니다.

 

 

 

 

 

각질층은 우리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장벽 역할을 하는데요. 장벽이 건강하면 수분 손실이 적지만, 장벽이 손상되면 손상될수록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피부를 통해 수분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경피수분손실(TWEL)이라고 합니다.

 

 

 

 

 

아토피가 발생한 피부에서는 건강한 피부에 비해 경피수분손실이 약 3배 가까이 됩니다.

 

 

 

 

 

심한 상처나 부기가 있는 경우에는 TEWL이 더 상승할 수 있는데요. 만약 피부 면적의 30%에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있다면 하루에 손실되는 수분의 양이 1리터에 달합니다. 엄청난 양이죠.

 

 

 

 

 

보습제는 피부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요. 피부에서 진물이 나거나 심하게 붉어진 상태에서 보습제를 바르면 따가움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피부염이 심해서 경피수분손실이 증가하면 피부가 더 건조해지기 때문에 수분 손실을 막아야하는 것은 사실이나, 피부 손상이 심한 시기에 보습젤를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부세포의 교체 주기와 각질분해효소의 작용을 이해하면 이렇게 말씀들리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피부에서는 각질세포가 약 28일의 주기로 생성되고 탈락합니다. 기저층에서 새롭게 생성된 세포들이 최종적으로 각질층에 도달한 뒤 약 2주 정도 머물다가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가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각질세포들을 탈락시키는 걸 돕는 것이 발로 각질분해효소입니다. 특히 코르네오데스모좀이라는 각질분해효소는 각질세포 간 연결고리를 분해하여 오래된 각질이 자연스럽게 탈락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런데 염증이 심한 시기에는 피부장벽의 손상이 심하기 때문에 표피층뿐만 아니라 진피층까지 노출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우리 피부세포는 정상과는 완전히 다른 화학적 환경 조건에 놓이게 됩니다.

 

 

 

 

 

정상 피부는 약산성을 유지하지만, 손상된 피부는 중성이나 약알칼리성으로 변하는데요. 피부의 pH가 변하면 각질분해효소의 활성 또한 달라집니다. 중성-알칼리성 환경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여 각질층을 과도하게 분해하여 피부의 보호장벽이 더 약해지는데요. 이렇게 손상된 피부에 보습젤를 바로 사용하면 그 자체로 화학적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각질분해효소를 더 활성화하여 피부 손상을 더욱 악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습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시기와, 자제해야 하는 시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부의 염증 상태는 급성기 / 아급성기 / 만성기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요.

 

 

 

 

 

급성기는 피부가 심하게 붉어지고, 붓고, 심한 경우 진물이 나오는 시기입니다. 피부장벽의 손상이 심각하고, TEWL이 매우 높은 상태로 보습제보다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일반 보습제를 바르면 자극이 되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습윤 드레싱(웻 드레싱)에 집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습제는 최대한 자극이 없는 제품으로 소량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급성기는 급성 염증이 어느 정도 갈라앉은 단계로, 붉은 기운이 줄어들고 부기도 감소했지만 아직 피부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이 시기부터는 보습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만성기는 급성 염증 반응은 없지만 피부가 건조하고 각질이 두꺼워진 상태입니다. 오래된 각질이 쌓여 있으면 보습제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습과 함께 각질 관리가 중요합니다.

 

 

 

 

 

만성기에는 특히 피부 회복 과정에서 쌓인 부산물인 각질의 자연 탈락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질분해효소들이 제대로 작용해야하는데요.

 

 

 

 

 

각질분해효소는 특정한 조건에서 활성화됩니다. 필라그린을 분해하는 각질층 효소는 상대습도 80~95%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보다 습도가 낮거나, 혹은 높아도 효소의 활성은 감소합니다. pH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정상적인 약산성 환경에서 칼리크레인 계열 세린프롵테아제 등의 각질분해효소와 그 억제제인 LEKTI가 균형을 이루며 적절한 속도로 각질 탈락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만성 아토피 환자의 피부는 이런 환경 조건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성기 아토피 피부는 면역체계의 불균형과 함께 각질층의 화학적 환경도 무너져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피부 상태에 따라 보습제 사용을 달리해야 하는데요. 급성 염증이 있을 때에는 자극을 줄이고 염증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염증이 가라앉은 후에는 적극적인 피부 보습으로 피부장벽을 복구하고, 만성상태에서는 각질 관리와 보습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성기에는 자극이 적은 단순한 제품을, 만성기에는 각질분해효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고보습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과 반신욕도 각질분해효소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는데요. 급성기 염증이 심할 때에는 반신욕이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기에 따른 적절한 보습제 사용으로 증상을 잘 관리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